카테고리 없음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메아리。 2021. 9. 5. 23:32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겨하는 사람만 못하다.’
공자가 쓴 논어 제 6장 ‘옹야’에 나오는 말이다.

우린 롤프 메르쿨레의 말이 좀 더 익숙할 것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


얼마 전 엄마와 저녁을 먹고 집으로 오는 길에 우연히 한 카페를 발견하고 발을 디뎠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기 위해 찾았던 카페 중 한 곳이었다. 비록 친구와 만나기로 했던 곳과 거리가 있어 가지는 않았지만 나중에라도 가보자하고 넘겼던 곳이었다.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 이렇게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을 보면 그저 우연만은 아니였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 카페는 다소 의아한 곳에 위치해있었다. 도로와 연결된 주택가 골목 초입에 주차장 같은 곳을 각색하여 만든 곳이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넓게 트인 곳 중앙에 바가 있었고, 손님들은 벽에 기댈 수 있게 좌석이 배치되어있었다. 여느 카페와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책상이 배치된 것도 아니었고, 서로 마주보며 수다를 떨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가성비 떨어지는 구조라고만 생각했고, 테이크아웃하기에만 용이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정말 커피만을 사러 온 것이었기에 들어가자마자 주문부터 했다. 평소에 쓴 커피를 즐겨마시는터라 아메리카노를 시키려하였으나, 커피가 종류도 많고 이름도 생소하여 카페 사장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사장님은 메뉴판을 보시고 원두의 종류를 설명하셨는데, 그때. 원두를 설명하는 그 5분의 시간이 나에게 그 날 감정을 기록하고자하는 의지를 부여했다.

카페 사장님은 정말로 커피를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5분의 시간으론 그가 커피에 대해 얼마나 공부했는지, 얼마나 애정을 갖는지 정확히 판단 할 수 없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사람의 말과 함께 타고 나온 분위기는 무시할 수 없는 바다.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사장님의 커피를 향한 애정을 느꼈고, 그가 정말로 이 일에 있어 강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이렇게 강하게 자부할 수 있는 이유는 비단 나만 그 감정을 느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진중한 이야기 하는 것을 부끄러워해 기피하는 내가 그 카페를 나오면서 엄마와 그 감정을 공유했으니 말이다.

카페 사장님은 우리에게 막힘없이 커피 원두에 대해 설명하셨고, 나는 듣고 내가 즐겨하는 맛의 커피를 선택하였다. 사장님은 곧 바로 커피를 내리셨고, 나는 기다림의 시간동안 카페를 둘러보며 구경하였다. 카페는 사장님의 감성으로 채워져있었다. 그 감성이 어떤 방향을 향해가는지 한 번에 알 수 있는 인테리어였다. 커피를 내리는 동안 진열된 사진과 엽서를 구경했고, 집에서 내려 마실 수 있는 드립백도 샀다. 커피를 받고 집으로 가는 길에 마셨던 그 커피는 정말로 맛있었다. 단순히 커피 맛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커피를 향한 그 마음이 맛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 있다. 누군가는 그 좋아하는 일을 본업으로 삼는가 하면, 누군가는 좋아하는 일을 본업과 독립시켜 그것만을 즐기기도 한다. 사실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어느 순간 그 일이 부담이 되고, 나에게 짐이 되어 더 이상 본인에게 아무런 즐거움을 줄 수 없게 되는 일이 다분하다. 당연하게도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 이상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이 따르기에 부담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도 여러 번 그런 상황들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짧게 경험했던 이 감정을 통해 생각이 조금은 바뀌게 되었다. 나는 단순히 좋아하는 일에 대한 감정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모든 상황에 대한 나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다. 그게 일이 아닌 사람을 향한 감정이여도 말이다.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 열정이 가득해 그 에너지가 몸소 느껴지는 경험을. 이 사람이 정말 이것을 좋아하는구나가 확 느껴지는 그런 상황을. 나도 모르게 마음이 동하고, 에너지를 얻어 힘이 나게 되는 그런 상황을. 나는 그 누군가가 내가 되면 좋겠다.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즐기는 자가 됐으면 좋겠다. 천재도, 노력하는 자도 이기지 못한다는 즐기는 자가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삶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퍼붓는 비 속에서 춤추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비비안그린이 말했던 것처럼 나는 내가 앞으로 겪는 모든 일에 대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방관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게 비록 강력한 태풍을 동반한 폭우일지라도 그 안에서 춤추는 것을 배우길 원한다.

사실 이 글을 10년 뒤 내가 보게 된다면, 아니 1년 뒤 내가 본다면 기가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땐 지금의 나보다 세상에게 더 많이 깨지고 부숴졌을테니까. 그래도 현재 20살의 나는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기록하고 싶다. 그게 지금의 내가 느낀 감정이니까. 아직 성숙하지 못한, 어쩌면 어리석은 감정이여도 그게 나니까. 만약 이 감정이 삶을 살아가기에 불필요하다해도 나를 구성했던 거기에 그 자체로 소중하리라 믿는다.

p.s. 만약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다섯의 , 노래를 틀고 읽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곡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나 내가 정말 아끼는 노래이기도 하고, 나에게 많은 위로를 준 곡이기에.